한국에 트위터가 들어오고 페이스북이 고개를 들 쯤
콘텐츠 마케팅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이름만 들어도 다들 알만한 큰 회사들이나
관공서, 공공기관 과업을 주로 했었더랬죠.
재밌었습니다. 어디 밖에 가서 자랑하기도 좋았고.
그렇게 나름 보람찬 직장생활을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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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일도 간간히 했습니다.
대부분 기간이 짧아 아쉬웠는데요.
더셔츠스튜디오(남성 패션 브랜드)는 달랐습니다.
한 3년 정도? 아무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운 좋게 상도 받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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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독립을 결심합니다.
약간 변태같긴 한데,
이미 유명한 브랜드보다 내가 유명하게 만드는 일이 더 끌리더라고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브랜드 띄우는 그런 거.
그래서 만든 회사가 브랜코스. 지금 이 회사.
사실 처음엔 회사라고 부르기 민망했어요.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프리랜서, 멋지게 말하면 1인 창조기업 정도였으니까. (심지어 사무실도 옥탑방)
본격적으로 중소기업 마케팅 일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아싸리 저렴하게.
돈은 안되는데 열정에 기름붓던 시절.
고객사가 야곰야곰 늘었습니다.
혼자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절친 후배를 불렀죠. 같이하자고.
기름을 두배로 부었더니 고객사가 더 늘더군요.
그렇게 브랜코스를 나름 건실한 회사로 키웁니다.
장밋빛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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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커지니 회사 유지비도 덩달아 늘었습니다.
사무실 임대료부터 관리비, 직원들 월급, 식비, 잊을만하면 날아오는 세금 딱지들까지.
사업해 본 사람만 안다는 밑 빠진 독 경험담.
돈을 벌어야겠더라고요. 서비스 비용을 높였습니다.
열정도 좋은데 언제까지 열정만 먹고살 순 없잖아요.
저야 그렇다 치더라도 직원들, 가족들은 무슨 죕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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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돌아가던 회사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높아진 서비스 비용 때문에.
상담 미팅을 마친 고객들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콘텐츠 마케팅 좋은 건 알겠는데,
너무 비싸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무턱대고 네고를 해 줄 순 없었습니다. 우린 아마추어가 아니니까.
콘텐츠 수량을 늘리고 배포 채널을 늘려 성과 도달 시점을 앞당깁니다.
급한 불은 껐죠.
이게 모든 걸 해결해주진 못하더군요.
비용이 그대로이니 시작조차 엄두를 못 내는 고객사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스을쩍 비용을 내려봅니다. 부끄럽지만. 아마추어처럼.
하지만 고객사와의 갭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고객은 10을 바라고 우리는 20은 받아야 했으니까.
줄이고 줄여도 최소한 공수 비용은 받아야 먹고 살죠. 우리는 체험단 블로거가 아니에요.
심플하게 보면 쉽게 결론 납니다.
수지타산 안 맞는 사업 모델. 폐업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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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럴 수 없었습니다.
먼저 마케팅이라는 일이 정말 재밌거든요.
누군가의 비즈니스를 흥하게 하는 일.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일.
얼마나 멋진가요.
사짜들 판치는 세상에 억울한 피해자 나오지 않도록,
바른 마케팅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일종의 소임이라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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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콘텐츠 마케팅이 중소기업에게 꼭 필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경험만 10년째)
한정된 자원으로 효율 높은 성과를 내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자,
요즘 시대에 꼭 맞는 비즈니스 문법이거든요.
(필립 코틀러 선생님이 쓴 '마켓 4.0'을 꼭 읽어보세요)
냅다 광고만 쏟아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
'콘텐츠 마케팅의 중요성'은 이쯤에서 싸-ㄱ둑.
밤 셉니다.
그래서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수지타산이 안 맞는 사업이면 접는 게 맞는데,
접을 만큼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게 또 돈만 보고 하는 일은 아니다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사기꾼도 아니고 정말 도움되는 일인데..
이 아저씨 얼굴이 떠오르네요.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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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방식을 찾고 있어요.
최근 떠오른 아이디어는 고객사 내부에 콘텐츠 마케팅 체계를 마련해주는 일입니다.
컨설팅에 가까운 일인데, 고객사 입장에서는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1인 기업이나 프리랜서, 예비 창업자 대상으로
각종 채널 운영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아무튼 좋은 건 알겠는데 '부담'이 문제인 분들에게
콘텐츠 마케팅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누리게 해드리고 싶네요.
다른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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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글 다 썼는데요.
기획하고 쓴 글이 아니라 조금 어수선합니다.
요즘 내 마음 대변이라도 하듯.
아무튼 '콘텐츠 마케팅은 돈 많은 대기업이나 하는 거 아니냐'는 오해가 좀 줄길 바랍니다.
저희 같이 작은 회사도 이렇게 콘텐츠 만들고 있잖아요.
방법만 알면 주머니 사정에 맞게 외주를 주거나 직접 운영해도 됩니다.
그냥 그렇단 얘깁니다.
∙∙∙∙∙
by 마케터 박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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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마케팅 스튜디오, '브랜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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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을 하시는 것, 그리고 고민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시고 오픈된 공간에 마음 가는대로 풀어내는 모습이 대표님과 함께 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길 빌게요!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돈과 일의 경계에서 자선사업이 아닌 이상 항상 대표님들은 고민을 하시곤 하지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공감 되어 몇 자 적어봅니다.